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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의 여명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각
    2019-08-25 09:51:24
    새벽의 여명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각. 얼굴에 여드름이 가득한 소년이 한숨을 한번 ‘푹’ 내쉬며 달걀 모양의 캡슐 속에서 몸을 일으켰다.

    출렁…

    캡슐 속에서 몸을 일으킨 소년의 몸은 산처럼 비대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정도로 뚱뚱했다. 거기다, 얼굴에 돋아나 있는 여드름의 땀구멍 사이로 흘러내리는 개기름은 차마 눈뜨고는 보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생긴 덩치와는 다르게 얼굴에는 무엇이 두려운지 수심이 깊어 보였다.

    찰싹!

    소년은 간밤에 있었던 피로를 풀기위해서 인지 자신 스스로 뺨을 한 대 때린 후 아무렇게나 내동댕이쳐진 교복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보통, 평범한 학생들은 아침에 일어나기 싫어 부모님이 깨워주는 것이 다반사였지만, 소년은 약간 달랐다.

    쿵쿵!

    평소 이른 시각부터 잠에 깨는 것인지, 아니면 밤새 게임을 즐겼던 것인지 부스스한 몸을 이끌고 간단히 씻고는 집을 나섰다. 아담한 모양의 집인 만큼 혼자살기에는 그만인 곳이다. 아무튼, 소년이 집을 나서자 그의 육중한 몸무게에 바닥은 울렸다.

    “후웁! 남아 17세 조제현! 두렵지만 빼 먹을 수는 없지!”

    스스로 조제현이라는 소년은 부모가 없었다. 아니, 사고를 당해 잃어 버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새록새록…
    학교를 가는 길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기에 잡념이 소년을 사로잡았다. 그의 기억은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짧은 단편 영화라도 보는 듯이 회색으로 물든 세계는 그를 심연의 기억 속으로 이끌었다.

    1년 전 제현의 가족은 여행을 다녀오는 길에 큰 변을 당하고 말았다. 단순한 사고였다면 괜찮았을 테지만, 이 사고로 인해 소중한 부모님을 잃어버린 제현의 가슴을 찢어질 정도로 아팠다. 

    평범한 길이었다. 언제나 여행을 다녀오며 돌아오는 길. 하지만, 그날은 약간 달랐다. 마주오던 차가 차선을 변경하며 질주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접촉사고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던 존재가 사라졌다.

    그날 이후 제현은 말도 없어졌으며, 친구와도 어울리지 못했다. 그리고 남은 것은 고독과 인간을 신용하지 못하는 일상이 계속되었다. 간간이 찾아오는 친척들은 부모님이 남겨준 유산을 가로채려는 속셈뿐이다. 그것이 제현을 고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다행히 굶어 죽을 일은 없었다. 부모님의 유산과 보험을 들었기 때문에 많은 유산을 소유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거기서 문제가 발생되었다. 미성년자의 경우 변호사나, 대리인이 없다면 모든 재산이 국가에 환원한다는 어이없는 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법이 있다고 한들 돈을 내어줄 제현이 아니었지만 다행히도 부모님의 친구 분께서 대리인 겸, 보호자로 나서주셨기 때문에 재산을 고스란히 유지 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 사람도 유산을 노리고 온 자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셨으며, 남이라고 생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정을 주셨다. 하지만, 착하던 아저씨도 사람은 사람이었던지 돈에 눈이 멀어 그 많던 재산을 몽땅 가져가 버렸다. 오직 궁핍하지 않게 생활할 정도의 생활비와 편지를 남겨두고서 떠나버렸다.

    「제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구나. 이 아저씨도 이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져가는 절박한 심정을 알 수 있겠니? 너의 아버지와 난 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단다. 비록 이렇게 너의 유산을 가져가지만, 분명 너의 아버지도 흔쾌히 승낙 하실 거다. 100억 중 5억의 생활비를 남기마. 그리고 언젠가 너를 찾아가 용서를 구할 테니 너무 원망하지 않길 바라마. 그땐 정말로 나의 가족이 되 줄 수 없겠니?

    ps. 용서 받지 못할 이 아저씨가…」

    그 날을 기점으로 제현은 그 어떤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아저씨에 대한 믿음과 절망, 배신감만이 세상에 대한 편견을 낳아 버렸다. 오직 분노만이 제현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도피처로 제현은 게임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 재미에 빠져들었다.

    한 게임에 빠져들면 질릴 때까지 물고 늘어져 게임을 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강해졌다. 그때 느껴보는 성취감과 세상을 발아래에 둘 수 있다는 자신감은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이런 생활은 계속 반복 되었다. 1번… 2번… 3번을 거듭 할수록 제현의 생활은 변해갔고,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도 하나 둘씩 떨어져나갔다. 성적도 상위권이던 것이 조금씩 떨어져 이제는 꼴등이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하위의 등수를 차지하게 되었다. 하지만, 1학년과 2학년 때 공부한 것이 있었던지, 한 지역에서 명문 고등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큰 고등학교로 진학 할 수 있었다.

    “하아… 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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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점점 커져가는 몸집과 나약하게 보이는 인상은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거나 따돌림 당하기에는 충분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제현을 괴롭히며, 돈을 빼앗는 아이들이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제현은 자연스럽게 왕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드르륵…

    7시 30분
    정확하게 7시에 출발한 것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먼 거리라고 느껴질 정도였지만 의외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학교였다. 일부러 먼 거리를 빙빙 둘러가는 습관이 들어버린 제현은 새삼스럽게 도착한 교실을 보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조심스럽게 열린 문을 통해 제현은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주위를 살피며 교실 안으로 들어섰다. 자신의 자리를 향해 걸음을 옮기던 제현은 몇 걸음도 채 떼기 전에 큰 충격에 휩싸였다.

    퍽!

    “크윽…….”

    검은색 슬리퍼 한 짝이 제현의 얼굴을 강타했다. 얼마나 아픈지 눈가에는 찔끔 물기가 어렸다. 매일 당하는 일이었지만,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다가왔다. 제현의 신음에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나누던 반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퍼졌다.

    녀석들의 표정에는 비웃음과 멸시만이 가득했다. 당연 한 것인지도 몰랐다. 뚱뚱한 몸에 덩칫값 하지 못하는 의지. 제현은 온몸이 분노로 차올랐지만 정신만은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반항 한다면 더 큰 고통이 찾아온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결과 일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늦게 와! 씹새야. 옜다.”

    퉁!

    제현에게 슬리퍼를 던졌던 녀석이 다시 무언가를 던졌다. 구리 빛으로 빛나는 동전이 손에 들어오자 제현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녀석을 쳐다봤다.

    “씨발. 뚱뚱하면 눈치라도 빨라야지! 이걸로 빵하고 음료수 좀 사와라. 저번처럼 늦으면 뒈진다.”

    녀석들은 소위 어느 학교에나 있는 일진(一眞)들이다. 약자를 괴롭히며, 그 위에 군림하는 녀석들이다. 제현이 빨리 등교하지 않아 많이 기다린 듯 오자마자 이런 심부름을 강요했다. 제현은 혹시나 싶어 손에 쥐어진 동전을 쳐다봤다.

    스륵…

    손을 살짝 펴보니 손에는 10원짜리 다섯 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요즘 세상에 10원짜리 다섯 개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드물다. 간혹 매점에서 파는 사탕 정도 살 수 있을 정도다. 아무튼 제현은 매점을 향해 전력 질주를 했다.

    산만한 덩치였지만, 의외로 민첩해서 인지 발 빠르게 매점에 도착해, 원하는 물건을 구입 할 수 있었다. 얼마나 빠르게 달렸던지 호흡이 많이 거칠어져 있었고, 몸에는 힘이 빠져 축 처져 있었다. 아직 한산한 시간이었던지 학생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찌릿!

    “으윽…”

    갑작스럽게 두통이 찾아온다. 간만에 뛰었던지 머리에 전류가 흐르듯 찌릿한 느낌이 전해지자 제현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참을 생각인가?]
    “뭐, 뭐야!”

    제현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아무도 없다는 것을 인식하자 괜히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힘만 있다면 이런 일을 하지 않아도 될 텐데. 도리어 네가 군림 할 수 있을 텐데. 억울하지 않는가?]
    “누구, 누구야!”

    괜히 두려움이 일렁였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이 일어나기에 충분했다.

    [힘을 갖고 싶다면 외쳐라! ‘계약하겠다.’라고! 언제든지… 외쳐라.]
    “아… 요즘 게임만 했나? 헛소리가 들릴 정도니…”

    머리가 ‘찌릿’하며 시야도 흐릿해지더니 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제현은 게임으로 인해 정신이 피폐해졌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교실로 향했다.

    드르륵-

    문을 조심스럽게 열며, 교실로 들어가니 많이 기다렸다는 듯이 심부름을 보냈던 재석이가 빵과 음료수가 든 봉지를 낚아채며 희희낙락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일진으로써, 한마디도 잊지 않았다.

    “내일부터 늦게 오면 죽는다.”

    재석의 평범한(?) 말에 제현은 속에서부터 뭔가 끊어지는 느낌과 동시에 부글부글 끓어 넘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마치, 아까의 환청에 동조하듯 온몸이 찌릿찌릿하며, 시야가 흐릿해졌다. 무언가 울컥하며 몸을 장악한 것처럼 마음대로 움직여댔다.

    으드득!

    “씨발! 나도 이젠 못 참아! 내가 늦게 오든 말든 씨발. 네가 뭔 상관이야!”

    제현의 돌방행동에 재석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주위의 분위기도 급속히 냉각되어 갔고 분위기상 밟아줘야 할 분위기 인 것 같았다. 이대로 참고 있자니 1학년 일진으로써 체면이 말이 안 되기 때문이다.

    툭툭!

    “아따. 화낸 게 졸라 무섭네. 야. 잘못하면 한대 치겠다!?”

    재석은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제현의 머리를 ‘툭툭’치며 건들거리기 시작했다. 왕따는 이런 식으로 밟아 줘야 다음부터 반항하지 않는 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현은 녀석의 비아냥거림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한마디로, 스팀 빡 받았다는 거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파괴본능이 치솟았다. 

    “씨발!”

    팍, 우드득…!

    “어… 어!? 아악! 내 손가락…….”

    제현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먼저 움직였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것처럼 통쾌하게 재석의 손가락을 꺾어버렸다. 그 고통이 상당했던지 재석은 손가락을 부여잡으며 고통의 비명으로 부르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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